일년 365일, 한시 365수 (398)

by 박동욱

398. 한밤중 손님[在社村夜坐], 이광려(李匡呂, 1720-1783)

산 춥고 인적마저 온종일 뚝 끊기니

고요한 낮 빈 서재에 솔 반쯤 구름 꼈네.

딱따구리 쪼는 소리 더없이 반가워서,

보던 글 밀쳐 놓고 몇 번이나 고쳐 앉네.

山寒人跡斷朝曛 晝靜空齋松半雲

偏喜此中聞啄木 屢回淸坐罷看文


[평설]

한겨울 깊은 밤, 산속의 적막한 서재에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낮이면 서재 곁 소나무마저 구름에 반쯤 가려 더욱 적막하기만 하다.

그런데 한밤중에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가 마치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미세한 설렘이 일렁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보던 책을 슬며시 밀쳐 두고 자세를 여러 번 고쳐 앉는다. 비록 실망스러운 착각일지라도, 깊은 산중의 고독을 달래주는 작은 위안이 된다. 누가 뭐래도 기분 좋은 착각이다.

이처럼 한밤중 딱따구리 소리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통해, 고독 속에서도 인간적 교감을 기다리는 마음을 아름답게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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