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13)

by 박동욱

413. 기러기를 놓아주며[放鴈], 권사복(權思復)

하늘에서 마음껏 날 수도 있으면서

어찌하여 논에서 위험을 자초했나?

이제부터 저 멀리 하늘 향해 날아가서

몸이나 보존할 뿐 살찌길 구하지 말라

雲漢猶堪任意飛 稻田胡自蹈危機

從今去向冥冥外 只要全身勿要肥

[평설]

권사복이 마을 사람이 잡아 온 기러기를 놓아주며 지은 작품이다.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는 기러기가 먹이를 탐하다, 논에 내려왔다가 사람에게 잡히고 말았다. 기러기를 풀어주며 다시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본분을 지키라 당부한다.

이 시에는 '이익을 좇는 무리를 경계시킬 만하다[可以警逐利之徒]'라는 평이 달려있다. 기러기가 먹이를 탐하다 위험에 처한 것처럼, 인간 또한 이익을 좇다가 본분을 잃기 쉽다. 시인은 창공과 논이라는 대비를 통해 고상한 뜻과 속된 욕망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이처럼 이 시는 현실적 욕심을 버리고 고원한 데 뜻을 두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참고]

이 시는『소화시평』,『청구풍아』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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