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15)

by 박동욱

415. 과부의 탄식[秋蟲], 정학연

초승달 넘어가고 숲 그림자 옮겨가니

창가에서 어느 벌레 베틀 북 다루는가

산 마을 과부는 모조리 빼앗겨서

올해 가장 많이 베를 짠 벌레 부러워하네.

細月西傾樹影過 臨窓何物弄機梭

山村寡婦誅求盡 羨汝今年織最多


[평설]

정학연은 가을의 시인이라 할 만큼 가을과 관련된 시들을 많이 썼다. 초승달은 대략 해가 긴 후 1시간 후에 떴다가 자정 무렵에 진다. 바로 이때 귀뚜라미가 창가에서 울어댄다. 귀뚜라미는 계절이 추워질수록 집 가까이로 자리를 옮겨 운다. 그 울음소리가 베 짜기를 재촉하는 것 같다고 하여 ‘촉직(促織)’이라 부른다.

초승달이 지고 숲 그림자가 옮겨가는 깊어가는 밤, 창가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산 마을에 사는 과부는 그 자체로 슬픈데, 관리들이 찾아와서 그동안 힘들게 짠 베를 모조리 빼앗아 갔다. 과부가 빼앗길 베조차 없는 귀뚜라미를 부러워한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과부들의 비참한 현실을 더욱 절실하게 그려냈다. 이처럼 시인은 귀뚜라미 소리에 빗대어 관리들의 수탈에 시달리는 과부들의 한을 담아냈다.


[참고]

이 시에 대해서는 “어찌 부잣집 아낙네들이 크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豪家嫩婦能不羞死)”라는 평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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