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33)

by 박동욱

433. 봄날의 뜨락庭草], 김정희

신발 자국 하나하나 어제 길에 보이더니

웃자란 풀 금세 다시 뜨락을 덮었다네.

봄바람은 절묘한 솜씨를 지녀서는

붉은색 발랐다가 푸른색 점을 찍네.

一一屐痕昨見經 蒙茸旋復被階庭

機鋒最有春風巧 纔抹紅過又點靑


[평설]

어제까지만 해도 선명하던 신발 자국이 하룻밤 사이 돋아난 풀에 가려졌다. 풀의 생명력을 봄바람의 조화로 해석했다. “붉은색 발랐다가 푸른색 점을 찍네”에서는 활짝 핀 꽃 지고 나자 푸른 풀 돋아나는 자연의 순환을 포착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봉(機鋒)'이라는 용어의 활용이다. 기봉은 선가에서 쓰는 말로, 선사가 제자를 가르칠 때 형체나 자취 없이 예리하게 깨우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봉의 의미를 봄의 변화에 적용했다. 봄바람은 흔적 없이 불어와서 꽃과 잎을 피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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