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39)

by 박동욱

439.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枯木], 이담(李湛)

흰 이무기 푸른 산 그늘에 거꾸러져

나무꾼 멀어진 채 오랜 세월 지났네.

한탄스럽네. 봄바람 불고서 지나가건만

오래된 가지엔 다시 꽃 필 뜻 없는 것이.

白虬倒立碧山陰 斤斧人遙歲月深

堪嘆春風吹又過 舊枝無復有花心


[평설]

푸른 산자락에 흰 이무기처럼 생긴 마른 나무가 있다. 그 위용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박힌 듯하다. 다행히도 그동안 나무꾼의 도끼를 피해 오랜 세월을 버텨왔다. 봄바람이 불어대면 모든 생명 있는 것이 움을 틔운다. 그러나 이 마른 나무는 다시는 꽃을 피우려 하지 않는다. 모든 감정을 비워낸 듯, 기쁨도 슬픔도 없이 시간이 멈춘 듯이 홀로 서 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변화를 초월한 듯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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