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 꽃잎 지는 늦봄[春晚], 정포(鄭誧)
꽃 필 때 비바람은 그야말로 원수 같아
가지 위 드물었고 땅에는 깔렸었네.
나그네 별생각 없이 오직 졸음 겨워서는
오후의 창가에서 지는 꽃 근심하네
花時風雨政如讐 枝上將稀地上稠
客子少思唯管睡 午窓却得惜花愁
[평설]
이 시는 늦봄의 쓸쓸한 정취를 다루고 있다. 화창해야 할 봄날에 비바람이 불어 꽃을 흩날리니, 가지에는 꽃이 드물어지고 땅에는 떨어진 꽃잎만 가득하다. 비바람이야말로 꽃에게는 원수나 다름없다.
이런 노곤한 봄날에 나그네는 잠이 쏟아져 낮잠을 잔다. 창가에서 보는 얼마 남지 않은 가지에서 또 꽃잎이 지고 있다. 봄날의 나른함과 무심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꽃은 짧았던 전성기를 뒤로 하고 빠르고 늦은 차이가 있을 뿐 모조리 진다. 사람들이 지는 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무상한 인생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