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 국화에 감사하며[謝菊], 김정희
하루아침 부자 되어 너무나 기쁜 것은
꽃송이 하나하나 황금 구슬 되어서네.
담박한 자태로다 곱디고운 모습이니
봄날 마음 간직한 채 가을 추위 이겨내네.
暴富一朝大歡喜 發花箇箇黃金毬
最孤澹處穠華相 不改春心抗素秋
[평설]
이 시는 국화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돋보인다. 국화의 고고한 절개나 가을 서리를 이겨내는 강인함에서 벗어나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에 주목한다.
국화를 보는 기쁨을 갑작스러운 치부에 비유하고, 노란색 국화를 황금 구슬에 빗대어 표현했다. 가장 담박한 곳에서 피어난 국화의 화려함은 곧 절제 속의 풍요를, 고고함 속의 생명력을 의미한다.
봄날의 마음을 잃지 않고 가을을 이겨낸다. 곧 젊음의 기억이 노년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깊은 통찰을 담았다. 국화의 절개나 고결함이라는 관습적 상징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 것이 기존의 국화시와는 차별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