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새벽을 기다리며[鷄鳴], 김정희
젊어서는 달 울어야 잠자리 들더니만
늙고 나자 베개 위서 닭 울기만 기다리네.
잠깐 사이 지나버린 서른 몇 해 일 중에서
사라졌다 말 못할 건 닭 우는 그 소리뿐.
年少鷄鳴方就枕 老年枕上待鷄鳴
轉頭三十餘年事 不道銷磨只數聲
[평설]
젊었을 때는 책에 몰두하여 닭이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지만, 늙어서는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닭 울음소리를 기다린다. 그 사이 삼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잠 못 이루며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후회도 되고 자책도 된다. 그러다 닭이 울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삶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닭 울음소리는 동일하게 들리지만, 젊은 날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참고]
이러한 일상의 반복과 그 속의 미묘한 변화는 최근 개봉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2024)를 떠올리게 한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주인공처럼, 닭 울음소리와 함께 새로운 하루를 맞는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삶의 깊이는 더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