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60)

by 박동욱

460. 혼자만 깨어 있다[偶題], 이정주(李廷柱)

성품 본래 술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술 한 병은 간직해뒀네.

두렵구나.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만 홀로 깨어 있다 말을 할까 봐.

性本不愛酒 猶貯酒一甁

多恐悠悠者 將我號獨醒


[평설]

이 시는 세상과 어긋난 선비의 고뇌를 담고 있다. 굴원처럼 혼탁한 세상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드러낸다.

본래 술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술을 간직해두는 모순된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세상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상징이다. ‘홀로 깨어있다’라는 것은 혼자만 맑은 정신으로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세상의 혼탁함 속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지켰던 굴원과 오버랩된다.

시인은 양가적 감정을 보여준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선비의 고독한 정신을 지키면서도,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은 경계한다. 깨어 있음과 취해 있음 사이에서 고민한다. 하지만 세상은 홀로 깨어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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