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달빛 아래에서[八月十八夜], 이행(李荇)
평생의 친구들은 모두 다 떠나갔고
백발로 나를 보니 그림자와 몸뚱이네.
달빛 가득 비치는 높다란 누각에서
처절한 피리 소리 차마 못 듣겠네
平生交舊盡凋零 白髮相看影與形
政是高樓明月夜 笛聲凄斷不堪聽
[평설]
이 시는 이행이 1520년 증고사(證考使)의 명을 받아 영남 지방을 다닐 때 썼다. 이때 이행은 지기였던 박언과 정희량(鄭希良), 홍언충(洪彦忠), 권민수(權敏手) 등이 세상을 떠났고, 자신은 객지를 떠돌고 있었다. 허균은 이 시를 매우 좋아하여 늘 읊조렸다고 한다.
평생의 벗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갔다. 혼자서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한다. 맑은 달빛과 처연한 피리 소리의 대비는 고독감을 부각시키고, 유한한 인생을 자각시킨다. 절절한 외로움이 가슴을 저민다.
인생이란 혼자 모는 버스와 같다고 한다. 때로는 누군가가 타고 누군가는 내린다. 달라지지 않는 사실은 나만은 끝까지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버스도 멈추고 자신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