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 반쪽 얼굴[已而霞氣乍卷乍羃 衆香千峯隱暎輕紗中 尤不覺欣然叫奇], 채제공(蔡濟恭)
어렴풋이 뵐 듯 말 듯 안보여서 괴로우니,
하늘은 날 놀리려 숨바꼭질 하는구나.
누각 기대 바라보며 서글퍼하던 순간
선녀가 화장한 반쪽 얼굴 살짝 드러내네.
惚惚冥冥苦未詳 天公戲我故迷藏
憑樓一望堪惆悵 玉女微呈半面粧
[평설]
이 시는 안개 속에 금강산 중향봉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무가 걷혔다 끼었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천 개의 봉우리가 보이는 순간을 ‘숨바꼭질’과 ‘선녀의 단장’이라고 보았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안개와 산봉우리의 관계를 하늘과 인간 사이의 유희로 격상시켰다. 하늘이 안개로 장난을 치고, 그 사이로 드러난 산을 화장한 선녀의 반쪽 얼굴로 보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여운에 있다. 완벽하게 보이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고, 다 볼 수 없어도 더 볼 수 있다. 바닥까지 다 보아야 다 좋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