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72)

by 박동욱

472. 시험관의 횡포[偶吟], 윤기(尹愭)

천리마는 말 없어도 보배와 똑같은데

추운 날에 내쫓겨서 짐승과 짝을 하네.

드센 종놈 일부러 주인을 망치려고

천 리 되는 머나먼 길 절름발이 나귀 모네.

驥不自言寶玉如 天寒遠放伴羊豬

豪奴故敗主人事 千里長程策蹇驢


[평설]

이 시는 윤기가 1809년 69세에 지은 것으로, 과거 시험의 부조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천리마는 뛰어난 인재를, 사나운 종놈은 시험관을, 절름발이 나귀는 범상한 관리를 각각 상징한다. 천리마와 같은 인재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나 시험관은 이런 인재를 외면하여 평범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게 된다. 게다가 시험관은 뛰어난 인재는 버려두고 범상한 인물을 뽑기도 한다. 어디나 인재가 있지만 고의로 인재를 외면하거나 몰라보는 것이 문제다. 인재 등용의 문제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일이다. 뛰어난 인재는 버려지고 평범한 이들이 중용되는 비극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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