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85)

by 박동욱

485. 비 내리는 저녁[遣興], 김기장(金基長)

해가 질 때 성긴 발 아래 바둑 끝나고

의자에 기대어서 백거이의 시를 읊네.

꾀꼬리 소리 날 때 얼큰히 취했는데

파초의 몇 잎새에 가는 비 내리었네.

疏簾棋罷日斜時 隱几高吟白傳詩

黃鳥聲中人半醉 芭蕉數葉雨絲絲


[평설]

저물녘에 바둑을 다 두자, 의자에 기대 백거이의 시를 읊어본다. 그러다가 꾀꼬리 소리 들려올 때 술도 얼큰히 취했는데 파초에는 가랑비가 떨어진다. 바둑두기, 시 읊기, 술 마시기를 순차적으로 즐기는데, 해는 지고 꾀꼬리는 울며 비는 내렸다. 이처럼 문인의 일상적 풍류와 자연의 운치가 조화를 이루는 이런 한가로움이야말로 인간이 신에게 가까워지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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