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86)

by 박동욱

486. 산길에서 멈추다[往隨緣山谷途中], 윤여형(尹汝衡)

천 그루 고목들에 구름 안개 스쳐 가고,

머리 위론 푸르디푸른 하늘 한 자락.

여윈 말도 산의 자태 좋은 줄 알았는지

바람 앞에 우뚝 서서 채찍에도 끄덕 않네.

千章古木拂雲煙 頭上蒼蒼一席天

瘦馬亦知山態好 臨風却立任揚鞭


[평설]

수없이 많은 고목에 구름과 안개가 스쳐 지난다. 그 위에는 푸르디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 장엄한 자연 속에서 여윈 말은 산길을 걷다가 지쳐서 멈춰 섰다. 아무리 채찍질해도 꼼짝하지 않는 이 순간에 대한 독창적인 발상이 인상적이다. 지친 말이 주인의 채찍질에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마치 너무도 아름다운 산의 자태에 반해서라고 보았다. 실제로는 고단한 산길에 지쳐 선 말을, 마치 산수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선 것처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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