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487)

by 박동욱

487. 티키타카[和答], 『어우야담』에 실린 시.

마음은 미인 따라 떠나버렸고

빈 몸만 문가에서 홀로 기댔네.

나귀가 짐 무겁다 짜증 낸 것은

거기에 사람 혼을 더 실어서였네.

心逐紅粧去 身空獨倚門

驢嗔車載重 却添一人魂


[평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북경에 사신 갔던 문사가 하루는 수레를 타고 가는 미인을 보았다. 문에 기대 넋을 놓고 바라보던 그는 문득 필묵을 찾아 두 구절 시를 적어 보냈다. “마음은 미인 따라 떠나버렸고 빈 몸만 문가에서 홀로 기댔네.” 그 미인은 수레를 세우고는 그 자리에 답시를 지어 주었다. “나귀는 짐 무겁다 짜증 낸 것은 거기에 사람 혼을 더 실어서였네.”

첫 두 구절에서 사내는 자신의 마음을 빼앗긴 순간을 담백하게 표현했다. “마음”과 “빈 몸”의 대비는 그의 설렘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에 대한 미인의 화답은 더욱 놀랍다. 나귀의 짜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한 사람 혼을 더 태웠다는 것은 사내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는 의사 표현이다. 사내가 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자, 미인은 당신이 마음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들의 사랑은 끝내 결실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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