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로, 「詠史詩 二十四首」, ‘漢高帝’
한고조의 비밀 병기, 장량
木強王業創非艱(목강왕업창비간) 강직한 성품으로 왕업 세움은 어렵지 않았으나
都在從容借筯間(도재종용차저간) 모든 건 여유롭게 계책 펼친 사이에 이뤄졌네.
可憐三寸留侯舌(가련삼촌류후설) 가련타, 석 치 되는 유후의 혀 하나가
能破秦家百二關(능파진가백이관) 진나라의 난공불락 요새를 능히 무너뜨렸네.
김안로, 「詠史詩 二十四首」, ‘漢高帝’
[평설]
이 시는 한고조 유방의 성공에는 개인의 능력보다 참모 장량의 지략이 크게 작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때로는 모사(謀士)의 지혜가 대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1구에서 목강(木强)은 소순(蘇洵)의 「高祖論」 에 “이들 두 사람(진평과 장량)이 아니었다면 천하는 한(漢)나라의 것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고, 고조(高祖)는 나무처럼 뻣뻣한 융통성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微此二人, 則天下不歸漢, 而高帝, 乃木强之人而止耳.]”라 한데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유방의 성품을 우직하고 단순하게 규정하며, 창업의 원동력이 유방 개인의 자질보다 외부의 도움에 있었음을 시사했다.
2구는 차저(借筯)는 차주(借籌)와 같은 말로, 젓가락을 빌린다는 뜻이다. 신하가 임금 앞에서 작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결국 유방의 성취가 장량의 지혜에서 나온 사실을 밝히고 있다. 3, 4구는 장량의 지략과 언변이 진나라의 견고한 방어선(백이관)도 무너뜨렸음을 보여준다. ‘백이관(百二關)’은 소수로도 대군을 막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진나라 요새를 뜻한다.
장량은 유방의 대업을 이루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런 장량을 제대로 알아보고 써먹은 것은 유방이다. 어떤 인물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은 리더의 큰 자질이다. 리더가 모든 역량을 혼자 갖출 필요는 없다. 이처럼 역량을 갖춘 사람을 알아보고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