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로, 「詠史詩 二十四首」, ‘曹參’
겸손한 계승의 정치학, 조참(曹參)
頡頏勳名媢所由(힐항훈명모소유) 공훈과 명성 다툼 질투의 근원 되고
求新誰肯守遺猷(구신수긍수유유) 새로움만 좇는다면 누가 옛 법 지킬 텐가
推擧前人甘自下(추거전인감자하) 전임자 추켜세우며 스스로 낮췄으니
古來惟有一曹侯(고래유유일조후) 예부터 오직 조참 한 사람만 그러했네.
김안로, 「詠史詩 二十四首」, ‘曹參’
[평설]
소하와 조참은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다. 논공행상에서 소하는 1등 공신이었지만 조참은 2등 공신이었다. 조참은 최전선에서 120회 넘는 전투에 참전하여 온몸에 70여 개의 상처가 생길 정도로 헌신적으로 활약했다. 반면 소하는 후방에서 군량 조달과 행정체계 구축에 주력했다. 전투에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그는 전쟁 승리의 보이지 않는 주역이었다. 하지만 조참은 소하가 후방에서 편하게 지원만 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조참으로서는 분하게 여길 만한 일이었다. 이 일이 빌미가 되어 두 사람은 끝내 틀어지고 말았다. 소하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관직을 대신할 사람으로 조참을 추천하였다. 소하가 죽은 뒤 승상(丞相)에 오른 조참은 혜제(惠帝)를 보필하며 소하가 제정한 모든 법규와 제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정치를 하였다. 이것을 소규조수(蕭規曹隨)라 한다.
소하는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조참을 추천했고, 조참은 소하가 만들어 놓은 법규와 제도를 그대로 따라서 시행했다. 두 사람 모두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었다. 공적인 일에는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껄끄러운 인물이라도 적임자라면 써야 한다. 후임자는 반드시 전임자와 다르게 할 필요가 없다.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것이 좋다면 적극적으로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혁신보다 계승이 나은 법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임자는 후임자를 알아봤고 후임자는 전임자를 존중했다. 이는 공직 사회에서 배워야 할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