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지 않는 용기
身瘡七十未爲功(신창칠십미위공) 일흔 군데 몸의 상처 공이 되지 않았으니
最在遵河約束中(최재준하약속중) 소하의 법도만을 따르는 게 가장 컸네.
淸淨載歌天下相(청정재가천하상) 청정하게 노래 부른 뛰어난 승상이니
莫將刀筆錯論公(막장도필착론공) 문자로다 그 공적을 그르게 논하지 말라.
신광한, 「조참(曹參)」
[평설]
이 시는 조참의 정치적 철학과 실천을 찬양하고 있다. 조참은 몸에 70군데의 상처가 생길 만큼 큰 전공(戰功)을 세웠다. 이것도 조참의 큰 공이긴 하지만 그의 진가는 훗날 승상(丞相)이 되어서 있다고 했다. 조참은 소하의 뒤를 이어 승상이 되어 소하의 법을 변경하는 일 없이 그대로 준수하였다. 이미 훌륭한 법도들을 후임자가 따르기만 하면 되지, 무리하게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앞선 제도를 그대로 계승함으로써 정치적 연속성과 안정을 추구하였다. 그러면서 아랫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노래를 즐겼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방임하는 듯 보이지만, 소하의 제도는 조참의 무위(無爲) 통치 아래 더 튼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조참은 노자(老子)의 청정무위(淸淨無爲) 사상을 본받았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조참의 업적을 함부로 문무(文武)의 틀을 가지고서 재단하지 말라고 했다. 그의 진정한 공적은 과거에 보였던 전쟁 영웅의 면모가 아니라, 전임자의 정책을 변화 없이 이어받았다는 데 있었다. 결과적으로 조참의 선택은 문경지치(文景之治, 한나라 문제와 경제의 치세를 일컫는 말로, 태평성대를 가리킨다.)라는 태평성대의 기반을 놓았다.
때로는 개혁보다 계승이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무조건 전임자와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도 후임자의 병폐일 수 있다. 무엇을 바꾸느냐보다는 무엇을 지키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