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좌일(車佐一), 「회음후전을 읽고[讀淮陰侯傳]」
낚시꾼에서 영웅으로
淮海投竿日(회해투간일) 회해에서 낚싯대 던진 날부터
山河捍木情(산하한목정) 강산 지킬 굳센 마음 품고 있었네.
熟諳孫武法(숙암손무법) 손자병법 통달해 알고 있었고,
能治子文兵(능치자문병) 자문처럼 병사를 잘 다스렸네.
不日三秦定(불일삼진정) 며칠 만에 삼진을 평정했지만
何年九郡平(하년구군평) 몇 년 걸쳐 아홉 개 군 평정했던가
千秋鍾室草(천추종실초) 천년 지나 종실에는 풀만 자랐지만,
公眼覰分明(공안간분명) 세상의 눈 또렷이 보고 있다네
차좌일(車佐一), 「회음후전을 읽고[讀淮陰侯傳]」
[평설]
한신은 낚시터에서 빨래하던 아낙네에게 밥을 얻어먹던 빈천한 시절을 지냈다. 그때에도 이미 나라를 지킬 원대한 뜻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때가 오기를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손자병법은 꿰고 있었고, 자문처럼 군사를 잘 다스렸다. 자문은 초나라 명장 공자문(公子文)으로 이름은 투누오도(鬪穀於菟)이다. 그는 뛰어난 정치력과 군사적 통솔력으로 유명했다. 한신은 순식간에 삼진을 제압하였고 양(梁)과 초(楚)의 아홉 개 군(郡)도 몇 년에 걸쳐 평정하였다. 종실은 황실의 사당으로 한신이 최후를 맞은 곳이다. 종실에 풀이 무성하다는 것은 세월이 오래 지나 그의 죽음이 잊힌 듯 보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공안(公眼)’은 세상 사람들의 객관적 시선을 말하니, 역사는 그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신처럼 다층적인 인물도 드물다. 그는 초라한 처지로 시작해서 눈부신 업적을 세웠으나 비극적으로 죽어갔다. 한신의 실패는 권력에 오르는 재능과 권력을 유지하는 능력은 완전히 별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