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영(金萬英),「始皇」
진시황이 몰랐던 진짜 힘
始皇當日欲愚民(시황당일욕우민) 시황은 당시에 백성들 어리석게 만들려 하여
天下兵成十二人(천하병성십이인) 천하의 병기로다 열두 금인(金人) 만들었네.
誰識傭耕農畝者(수식용경농무자) 누가 알았으랴. 품을 팔아 밭 갈던 자가
荷鋤蜂起竟亡秦(하서봉기경망진) 호미 메고 봉기하여 마침내 진나라 멸망시킬 줄
김만영(金萬英),「始皇」
[평설]
이 시는 권력의 오만과 민중의 생명력을 대비하고 있다. 시는 ‘만들다(成)’와 ‘멸망시키다(亡)’라는 상반된 동사를 활용해 창조와 파괴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진시황은 분서갱유로 대표되는 사상 통제 정책을 펼쳤으니 백성들을 우민화’하려는 속셈이었다. 그는 천하의 병기를 모아다가 녹여서 열두 개의 금인(金人)을 만들었으니, 백성의 무장 봉기를 차단하려는 계산된 조치였다.
그 뒤 진나라는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 산동(山東)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각지에서 잇달아 반란이 일어나면서 망하였다. 백성들을 무지하게 만들어 영원한 지배를 꿈꾸었지만, 바로 그 농민들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다.
열두 개 금인의 웅장함과 호미의 초라함을 인상적으로 대비시켰다. 품을 팔던 농부의 호미는 금인보다 초라했으나, 민중의 분노를 집결시켜 제국을 뒤엎었다. 작은 호미들이 모이면 열두 개 금인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역사의 진정한 동력은 민중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권력자가 통제하려 한 대상이 권력을 전복시키는 주체가 되었다. 진시황이 백성들을 우민으로 만들려던 정책이 오히려 백성들을 강력하게 각성시켰다. 결국 우민 정책은 권력자의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 권력자가 만든 조형물에는 먼지만 쌓이지만, 농부의 흙 묻은 손에 쥔 호미는 왕조를 뒤엎을 수도 있다. 진정한 권력은 궁전의 동상이 아니라, 흙을 일구는 손의 호미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