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5. 문을 닫고 술을 찾는다
손을 뒤집듯 비가 되고 구름이 되니 어찌 그리 험하던가. 인정을 따져본다면 그저 문을 닫고 들어앉는 편이 낫다. 바람과 달을 보며 시를 짓다가 갑작스레 맥 풀리니 천진함을 지키려면 우선 술을 마주해야 하리라.
覆雨翻雲何險也, 論人情只合杜門; 嘲風弄月忽頹然, 全天眞且須對酒.
[평설]
사람들과 친하다 싶다가도 그때뿐이고 금세 등을 돌리니,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사람들하고 올타글타 따지기보다는, 문을 닫고 혼자 있으리라 다짐해 본다. 시를 짓느라 애쓰다가 문득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싶어 풀이 죽어 눕는다. 그래도 천진함을 되찾으려면 술이 제격이어서 술을 찾아본다. 사람과의 사귐도 시를 짓는 일도 다 시큰둥하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문을 닫고 술을 찾는다. 내 안으로 한 발짝 더 들어앉는다.
[참고]
1. 이 글은 진계유(陳繼儒)의『소창유기(小窗幽記)』에 나온다.
2. 복우와 번운(翻雲)은 교정(交情)의 반복무상함을 비유한 말이다. 두보(杜甫)의「빈교행(貧交行)」에 “손 뒤집으면 구름이요 손 엎으면 비로다. 경박한 작태 분분함을 어찌 셀 거나 있으랴.[翻手作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