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10. 가죽 주머니 안에 숨은 본성
어떠한 물건도 굳건할 수 없거늘, 하물며 꿈틀대는 이 가죽 주머니이랴. 형체 있는 것은 모두 무너지지만, 허공이 썩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구나.
無物能牢, 何況蠢玆皮袋; 有形皆壞, 不聞爛却虛空.
[평설]
세상에 영원히 견고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물며 이 몸뚱이야 말해 무엇하랴. 불교에서는 인간의 몸을 가죽 주머니에 비유한다. 안에는 오장육부가 들어있고 겉은 가죽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모든 형체 있는 것은 결국 변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허공만은 썩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능엄경』에서 말하듯 허공은 형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소멸하지 않는다. 이 허공은 바로 우리의 본성, 자성(自性)을 뜻한다.
형체 있는 것은 사라지고 형체 없는 것은 영원하다. 그러니 형체에 집착하지 말고 변치 않는 본성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덧없는 육신에 매달리지 않고 영원한 허공 같은 본성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