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11. 마음을 밝히고 본성을 보다
좌선하되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쓸모없는 뼈를 모으는 수행에 불과하니, 마조(馬祖)가 벽돌 갈기로 경계한 까닭이다. 경전을 논하되 본성을 보지 못하면, 낡은 종이 더미를 뒤적이며 생계를 꾸리는 것 뿐이니, 달마가 면벽한 이유다.
坐禪而不明心, 取骨頭爲工課, 馬祖戒于磨磚; 談經而不見性, 鑽故紙作生涯, 達摩所以面壁.
[평설]
형식에 매인 수행은 죽은 수행이다. 단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주구장창 참선만 한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밝히지 못한다면 그저 쓸모없는 뼈무더기를 모으는 일과 다름없다. 마조 스님이 제자에게 "벽돌을 갈아서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 좌선을 해서 어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선(禪)은 문자에 갇히지 않는다. 경전을 아무리 많이 읽고 논해도 자신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면 낡은 종이만 뒤적이는 것과 같다. 선종에서는 경전에만 매달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달마 조사가 면벽한 것도 문자를 초월해 직접 마음을 보라는 가르침이었다.
참선과 독경은 참된 깨달음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니다. 형식적인 수행만 한다고 해서 깨우침을 얻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한 공부로 세월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마음을 밝히고 본성을 보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