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륭(屠隆)의 사라관청언(娑羅館淸言)
22. 고요해야만 보이는 것
연못가에 홀로 서서 물속 그림자를 바라보며, 작은 물고기가 물결을 일으키는 모습에 흐뭇해하고, 오솔길을 한가롭게 거닐다가, 문득 흙을 뚫고 돋아난 난초 새싹을 마주한다. 이 또한 소박하지만, 운치가 있어 때때로 다시 마음이 기뻐진다.
臨池獨照, 喜看魚子跳波; 繞徑閑行, 忽見蘭芽出土. 亦小有致, 時復欣然.
[평설]
진정한 기쁨은 일상 속 작은 순간에 찾아온다. 연못가에서 혼자 물고기 노는 모습을 보고, 오솔길을 걸으며 난초 새싹을 발견하는 소소한 순간들이 마음을 기쁘게 한다. 작은 물고기와 난초 싹에서 놀라운 우주적인 신비와 마주한다.
작은 감동은 고요한 마음에 찾아온다. 왜냐하면 파도치는 바다나 물살이 거센 강에서는 물고기의 헤엄치는 모습을 보기 어렵고, 큰 길이나 시장에서는 난초 새싹이 흙을 뚫고 솟아나는 신비로운 순간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직 고요한 연못가와 한적한 오솔길에서만 이런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고요하고 한적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