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洪聖民), 「陳平」
128. 책략가와 정치가
一語能排太尉賢(일어능배태위현) 한마디 말로 태위 같은 고관도 물러나게 하니,
六奇餘策又欺天(육기여책우기천) 쓰고 남은 계책으로 하늘까지 속였다네.
路傍牛喘渠休問(노방우천거휴문) 길가의 소가 헐떡댐은 묻지도 않으면서
好把功名入手專(호파공명입수전) 오로지 공명 거머쥐기에만 능했구나.
홍성민(洪聖民), 「陳平」
[평설]
이 시는 진평이 뛰어난 모략과 정치적 수완을 공명을 얻는 데에 쓴 것을 비판하고 있다. 진평은 육출기계(六出奇計)로 알려진 인물이다. 2구는 한류협배(汗流浹背) 고사를 말한다. 문제(文帝)가 국정에 대해 주발에게 묻자 주발은 우물쭈물 대답을 못 하고 땀이 흘러 등에 흠씬 적셨다. 같은 질문에 진평은 “세세한 수치는 실무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다”라고 답변했다. 주발은 진평만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인은 바로 이 사건을 두고, 진평의 말 한마디가 태위였던 주발조차 물러나게 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3구는 병길의 일화를 환기하게 시키면서, 진평이 그와는 달리 민생에 무관심했음을 보여준다. 병길(丙吉)은 한 선제(漢宣帝) 때의 이름난 재상이다. 그가 어느 봄날 길을 지나다 소가 숨을 헐떡거리는 것을 보고 계절의 기후가 조화를 잃은 것은 음양의 조화를 맡은 삼공, 즉 자신의 책임이라 한탄하고 더욱 천하의 정치에 힘썼다. 그렇지만 진평의 처신은 병길과 정반대였다. 정치가는 자신의 권한에 알맞은 엄밀한 책임이 뒤따른다. 권리는 누리면서 책임은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진평은 세상일이야 어찌 되든 자신의 출세에만 관심이 있었다. 진평의 육출기계는 천하를 얻게 하는데 한몫을 했지만, 무책임함은 그를 병길 같은 재상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게 하였다. 책략의 탁월함이 곧 정치가의 위대함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