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언광(沈彦光),「擬詠史」, ‘韓信’
독립을 포기한 장수의 비극
勇智眞堪竝項劉(용지진감병항유) 용기와 지혜 참으로 항우, 유방에 견줄 만하나
爲臣不用蒯生謀(위신불용괴생모) 신하 되어 괴통의 모략 쓰지 않았다네.
寬仁漢祖猶猜忌(관인한조유시기) 관대하고 어질었던 한 고조마저 의심하니
雲夢他年作僞游(운몽타년작위유) 훗날에 운몽에서 거짓 유람 하였구나.
심언광(沈彦光),「擬詠史」, ‘韓信’
[평설]
한신의 비극을 충신의 순진함과 군주의 배신으로 보았다. 1구에서 한신을 항우, 유방과 동렬에 놓아 천하의 패권을 놓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인물이었음을 말했다. 2구에서 괴통이 한신에게 한고조 유방 아래 있지 말고 독립하여 독자 세력화를 하라고 제안했지만 한신은 거부하였다. 이렇게 독자 세력화하여 유방과 항우와 함께 천하를 삼분하라고 제의한 사람은 무섭(武涉)과 괴통 두 사람이나 되었다. 한신이 이 제안을 받았다면 초한의 구도는 완전히 바뀌었을 테니, 한신으로서는 뼈아픈 판단 착오였다.
3구가 이 시의 핵심이다. 유방은 너그럽고 어질다는[寬仁] 평판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관대한 군주라도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는 신하는 용납할 수 없었다. 4구는 유방이 한신을 체포하기 위해 운몽택에서 벌인 거짓 순행을 가리킨다. 이는 군주의 기만과 배신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한신은 군사적 능력은 신과 같았지만 정치적 감각은 형편없었다. 그래서 그의 충성심과 도덕성은 오히려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 게다가 그의 군사적 재능은 오히려 확실하게 제거될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한신은 군주가 곁에 두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존재여서 제거될 수밖에 없었다. 독립을 포기한 순간 그의 파멸은 예정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