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어른의 태도: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정의신(丁宜愼)의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는 규장각과 종로도서관 소장된 책이다. 20권 4책,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조선시대 이름난 사람들의 언행과 숨겨진 일화들이 가득하다. 목차만 훑어보아도 옛사람들이 삶을 대하던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1책: 석복(惜福), 내성(內省), 환택(宦澤), 해분(解紛), 돈본(敦本)
2책: 빙조(氷操), 수아(守雅), 정관(靜觀), 구덕(口德)
3책: 경지(經地), 광자(廣慈), 회과(悔過), 왕도(汪度), 종덕(種德), 휘진(㶊眞)
4책: 탄유(坦遊), 도영(韜穎), 이모(貽謀), 방편(方便), 명과(冥果)
매일 새벽, 하루가 시작되기 전 컴퓨터를 켜고 입력하고 번역했다. 그렇게 쌓인 원고가 어느덧 A4 용지로 400장을 넘겼다. 전체 20개 챕터 중 18개를 완료했으니, 끝이 보이지 않던 대장정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매일 한두 시간씩 이 책을 매만지며 나는 꾸준함이 산을 옮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을 단순히 번역서로만 남겨두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너무도 아까웠다. 그래서 대중서로 다시 쓰기로 했다. 한 챕터당 3~4개의 핵심 에피소드를 추려 현대의 언어로 풀어낼 예정이다.
나는 고전을 맹신하지 않는다. 옛사람들이 지금 우리보다 더 잘 살았으니 무조건 그들을 배우라는 식의 교조적인 태도는 곤란하다. “예전은 옳고 지금은 그르다”라는 생각은 틀렸다. 고전이 현실의 문제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 되거나, 고전의 권위에 기대어 선지자처럼 훈시하는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믿는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은 고전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을 통해 지금을 새롭게 각성하고 현실의 문제를 더 단단히 붙드는 것이다. 이번 방학, 강행군을 통해 이 작업을 마무리하려 한다. 흔들리는 세상, 나를 지키는 스무 가지 원칙. 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한다.
2025년 12월 21일 새벽에 박동욱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