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5장 돈화(敦化): 사람의 뿌리를 두껍게 하다

by 박동욱

5장 돈화(敦化): 사람의 뿌리를 두껍게 하다

어느 책에선가 “가족은 밥상을 받치고 있는 다리와 같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나 밥상의 한 귀퉁이를 책임지고 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존재 무게를 견뎌내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다리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밥상의 무게는 남은 식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러면 남은 이들은 자신의 무게에 떠넘겨진 무게까지, 평생을 비틀거리며 감당해야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는 천형(天刑) 같은 무게다.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은 게 가족이다.” 일본의 거장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말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구속하고 상처 주기에, 때로는 그 굴레에서 도망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말 못 할 가족사의 비극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러나 그런 지지고 볶는 가족조차 없다면, 우리는 이 인생을 어떻게 견디어 나갈까?

이 장에는 조선시대 가족의 진짜 모습들이 담겨 있다. 유천우는 역모 사실을 알고도 늙은 어머니가 놀라실까 봐 입을 다물어 목숨을 구했고, 황수신 형제는 정승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처럼 함께 홍시를 따 먹으며 우애를 나눴다. 박서는 정혼녀가 눈이 멀었어도 약속을 지켜 평생의 반려자로 맞이했고, 조헌은 자신을 미워하는 계모를 끝내 감동시켰다.

가족은 때로 짐이 되지만, 결국 나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뿌리다. 효도하고, 우애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 이제는 진부해 보이는 이 가치들이 세상에서 나를 지켜준다.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잠시 던져버릴 수는 있어도, 영원히 쓰레기통에 놓아둘 수는 없는 게 바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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