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자식에게는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
잘난 자식에게는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
장령(掌令) 기대정(奇大鼎)의 집안 법도는, 자식과 사위 중에 과거에 급제한 자에게는 따로 재산을 챙겨 주지 않았다. 오직 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고아나 과부로서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자에게만 비로소 재산을 따로 챙겨 주었다.
이는 과거에 급제한 자는 이미 영달의 길을 얻었으니 그 부를 더할 필요가 없고, 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고아나 과부는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어 반드시 떠돌다 굶어 죽게 될 것이니, 부모 된 자로서 마땅히 깊이 염려하고, 보호할 방도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유산을 상속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자식마다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나누어주는 방식과 형편이 어려운 자식에게 더 챙겨주는 방식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것이 정답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기대정은 후자의 방식을 따랐다. 과거에 급제한 자식은 제 살길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얹어주는 것은 오히려 자립심이나 성취동기를 훼손할 수 있다. 반면 병에 들거나 혼자된 자식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사회적 약자다. 기대정은 이들에게 우선적인 생계 수단을 마련해 줌으로써, 최소한 내 피붙이가 굶어 죽는 참상만은 막고자 했다. 이는 부모로서 자식들 간의 차가운 공평보다는 따뜻한 안배를 선택한 지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에게 유산은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생계조차 위협받는 자에게 유산은 단비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