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감히 신발도 받을 수 없다

by 박동욱

감히 신발도 받을 수 없다

조장령(趙掌令) 석주(錫周)가 송도 경력으로 재직할 때 신던 신발이 매우 낡았다. 청감(廳監)이 어느 날 새 개가죽 신발을 가져와 바치자, 공이 정색하며 말했다.

“내가 새 신발을 신는데 어찌 감관(監官)의 손을 빌리겠는가?”

물리치도록 명하였다.

청감이 공무로 유수(留守) 앞에 나아가 대화 중에 이 일을 자세히 고하자, 유수가 말했다.

“청렴함이 어찌 그리 지나친가? 신발을 가져오라. 내가 마땅히 보내주마.”

청감이 말했다.

“사또께서 보내시면 반드시 감히 사양하지 못할 것입니다. 청에 있는 큰 사슴 가죽으로 다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유수가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였다.

며칠 후, 유수가 과연 전갈을 보내 마음을 전하자, 공은 어쩔 수 없이 받아 두었다. 마침 처남 한굉(韓翝)이 한양에서 누이를 만나러 왔을 때, 공이 말했다.

“너는 새 신발을 갖고 싶으냐?”

마침내 그에게 주었다.



조석주는 낡은 신발을 신고 있었다. 청감이 새 신발을 바치자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소박한 호의이지만 뇌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무와 관련 있는 부하 직원에게 받는 물건은 어쨌든 사적인 부채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약 한번 받기 시작하면 오늘은 신발을 받고, 내일은 옷을 받고, 그 뒤로는 더 큰 것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이 소식을 들은 상급자인 유수가 사슴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보내왔다. 이번에는 조석주가 일단 신발을 받아두었다가 처남에게 주었다. 상급자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자신의 원칙은 지켜냈다. 신발 하나에도 거절의 방식을 달리했다. 청감에게는 단호히 거절했고, 유수에게는 일단 받았지만 끝내 자신은 신지 않았다. 관계의 위계에 따라 거절의 방식을 달리했지만, 결코 받은 신발을 신지 않았다. 조석주는 낡은 신발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신발로 만들었다. 신발 하나도 남에게 받지 않겠다는 엄격함이 참 그리운 시절이 되어 버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