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청빈한 삶을 즐기다

by 박동욱

청빈한 삶을 즐기다

유하정(柳夏亭) 관(寬)은 청렴과 검약으로 자신을 지켰다. 몇 칸의 초가집에 살면서도 마음이 평온하였다. 일찍이 장마가 한 달 동안 계속되어, 지붕이 새는 것이 삼베실 같았다. 공이 손으로 우산을 받쳐 비를 피하다가, 부인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우산 없는 집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소?”

부인이 말하였다.

“우산이 없는 사람은 반드시 다른 대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공의 벼슬이 정승이 되었으나, 그의 행동은 평범한 사람과 다름없었다. 사람이 찾아와 알현하면, 겨울에도 맨발에 짚신을 끌고 나와 맞이하였다. 때로는 호미를 들고 채소밭을 돌보면서도, 수고롭다고 여기지 않았다.



장마철 방 안은 비가 주룩주룩 새었다. 간신히 우산을 쓰고 버틸 지경이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런 빈곤은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도 사익을 위해 살지 않았다는 방증이 되었다. 유관은 우산도 없는 사람은 이렇게 비 새는 것을 어떻게 견디겠냐며 이 민망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넘어간다. 아내는 우산이 없으면 없는대로 다른 방도가 있다고 말한다. 부창부수가 아닐 수 없다. 유관은 고위직에 올랐지만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맨발에 짚신 차림으로 사람 맞거나, 시간이 나면 호미로 밭을 가꿀 뿐이었다.

비에 젖은 정승은 유관만이 아니었다. 맹사성의 집은 몹시 비좁고 초라하였다. 어느 날 병조판서가 업무를 아뢰러 갔다가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집안 곳곳에서 새어 내리는 빗물에 의관이 모두 흠뻑 젖었다. 판서는 집에 돌아와 탄식하였다. “정승의 집이 이러함에도 내가 어찌 행랑을 지으리?” 곧이어 짓고 있던 행랑을 헐어버렸다.

맹사성의 청렴은 식사에서도 드러난다. 묵은 쌀로 지은 밥만 먹다가 어느날 새 쌀밥이 나와서 이유를 묻자, 부인이 대답하였다. “묵은 쌀이 오래되어 먹을 수 없어 이웃에서 빌렸습니다.”라고 하자, 맹사성은 “이미 나라에서 녹을 받았는데, 어찌 또 빌린단 말이오?”라며 꾸짖었다.

이들에게 가난은 불편함이 아니라 마음의 편안함이고 떳떳함이었다. 비는 피하면 그만이고 밥은 굶지 않으면 그뿐이다. 그러나 부정한 재물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수치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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