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7장 수아(守雅), 세속에 물들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by 박동욱

7장 수아(守雅), 세속에 물들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세상에는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사람과 권력과는 무관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후자를 세상 물정 모른다 비웃고, 후자는 전자를 헛된 욕망에 빠졌다 손가락질한다. 모두가 ‘더 높이, 더 많이’를 외치며 중심으로 달려갈 때 조용히 ‘더 낮게, 더 적게’를 택하며 가장자리로 물러난 이들이 있다.

조선시대 권세가의 문지방은 성공을 향한 지름길이었다. 안평대군의 화려한 연회, 윤원형의 막강한 위세, 이이첨의 달콤한 제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러나 이석형은 초청장을 덮었고, 정담은 담장을 비틀어 쌓아 길을 막았으며, 조용주는 붓을 꺾고 자리를 떴다.

이 장의 제목인 수아(守雅)는 ‘자신의 맑은 기품을 지킨다’는 뜻이다. 재상 맹사성은 호령 대신 피리를 불며 부들자리에 앉았고, 이항복은 정승의 관복을 벗고 소양강의 노인으로 돌아가 젊은이들의 놀림감이 되기를 자처했다. 김대유는 벼슬이 내려오자 짐을 싸서 도망쳤고, 임억령은 동생의 권세가 부끄러워 강을 건너 떠났다.

세상은 그들이 어리석다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벼슬은 족쇄였고 명예는 짐일 뿐이었다. 이 장에는 조선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세상이 두려워 피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휩쓸려 자신을 잃는 것을 두려워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나가는 것보다 물러서는 것이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들은 권력을 향해 가지 않고 내면을 향해 걸어갔다. 멈춤과 물러남의 미학을 실천한 그들의 모습은 탐욕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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