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옛 사람의 음식남녀 73

『食色紳言』,[明]龍遵 著

by 박동욱

[20] 불꺼진 재와 같았던 혜외(慧嵬)


고승 혜외(慧嵬)가 계율을 지키는 것이 매우 엄격하고 깨끗하였다. 일찍이 어떤 여인 한 명이 묵을 곳을 찾으면서 스스로 하늘에서 온 여인[天女]라 하면서 “스님께서는 덕이 있기 때문에 하늘이 저를 보내서 그 뜻을 권면하게 하였습니다”라 하였다. 혜외가 의지를 고집함이 곧고 굳어서 마음이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혜외가 말하였다.

“내 마음은 불 꺼진 재와 같아서, 가죽 주머니로 시험을 당할 수는 없다”라고 하니 바로 여인이 바로 구름을 위로 날아오르면서 돌아보며 말하였다.

“바닷물은 마르게 할 만하고, 수미산은 넘어 트릴 수가 있어도 저 스님의 마음가짐은 꿋꿋하고 바르구나”


高僧嵬戒行嚴潔, 嘗有一女子寄宿, 自稱天女, 以上人有德, 天遣我來, 勸勉其意. 嵬執意貞確, 一心無擾, 曰: “吾心若死灰, 無以革囊見試.” 女乃淩雲而逝. 顧曰: “海水可生, 須彌可傾, 彼上人者, 秉心堅貞.”




[평설]

혜외(慧嵬)는 동진(東晉) 때의 승려로 399년 법현(法顯, 340∼420)과 함께 인도로 구법[求法]의 길을 떠났다고「양고승전(梁高僧傳)」에 기록이 나온다. 생애의 대부분을 심산유곡에 초암(草庵)을 짓고 숨어살면서 오로지 선수행(禪修行)에 몰두하였다. 아리따운 여인이 묵을 곳을 찾아 그가 있는 암자로 왔다. 그리고 하늘에서 수행이 높은 스님을 위로해주라고 보냈다고 하며 노골적으로 유혹을 해왔다. 그러나 그는 그 여인과의 하룻밤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하룻밤에 평생 쌓은 수행의 공든 탑을 허물어뜨리지 않았다. 유혹이 왔을 때 피할 수 있는 것과 유혹이 없을 때 피하는 것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유혹이 왔을 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지다. 범인은 그저 유혹의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혹의 상황에 놓인 순간 벌써 유혹에 패배한 것과 다름 없으니까 말이다.


[어석]

혜외(慧嵬): 동진(東晉) 때의 승려. 장안(長安)의 대사(大寺)에서 지냈다. 계행(戒行)이 맑고 깨끗했다. 주로 산곡(山谷)에서 지내면서 선정(禪定) 수행에 전념했다. 진안제(晉安帝) 융안(隆安) 중에 서역(西域)을 여행했는데,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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