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내가 만약 남에게 욕설을 듣더라도 귀먹은 듯이 하여 이러쿵저러쿵 따지려 하지 마라. 비유하자면 불이 허공에서 타다가 끄지 않아도 저절로 꺼지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은 허공과 같거늘 다 너 혼자 입술과 혀만 나불거리는 것이다.
我若被人罵라도 佯聾不分說하라 譬如火燒空하여 不救自然滅이라 我心等虛空이어늘 摠爾飜脣舌이니라
[평설]
이 글도 앞선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남이 내 욕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당사자를 찾아가서 옳으니 그르니 따져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거기에 반응해 봤자 내 마음만 괴롭고 힘들 뿐이다. 그러니 아예 모른 척 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그냥 제 풀에 지쳐서 나에 대한 비방을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