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3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세 번 쯤 생각하라


내가 갑작스레 일을 처리하고서는 찬찬히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찬찬히 생각한 뒤에 일을 처리 했더라면 어찌 화가 따라 오겠는가. 내가 불쑥 말을 뱉어놓고 나서는 다시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찬찬히 생각한 뒤에 말을 꺼냈더라면 어찌 욕됨이 따라 오겠는가. 생각은 하되 서둘지는 말 것이니 서둘러 생각하면 어긋남이 많아진다. 생각은 하되 너무 깊게 하지는 말 것이니 깊게 하면 의심이 많아진다. 헤아려서 절충해보건대 세 번쯤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


我卒作事, 悔不思之. 思而後行, 寧有禍隨. 我卒吐言, 悔不復思. 思而後吐, 寧有辱追. 思之勿遽, 遽則多違. 思之勿深, 深則多疑. 商酌折衷, 三思最宜.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사잠(思箴)」



[평설]

서둘러서 일을 처리하면 꼭 후회할 일이 생긴다. 찬찬히 생각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말을 내뱉으면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이내 후회할 일이 생긴다. 찬찬히 생각해 보고 말을 해도 늦지 않는다. 일처리와 말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뒤탈이 없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정도에 넘어서면 부족함만 못한 법이다. 생각을 급히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신중히 여러 번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다보면 의심이 싹터서 일을 어그러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게 마련이니 한 세 번쯤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옳다. 세 번은 실수도 의심도 나지 않는 적절한 숫자이다.


[어석]

세 번쯤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三思最宜]: 노(魯)나라의 대부 계문자(季文子)는 세 차례씩 생각한 후에 행동에 옮겼다. 공자는 이를 듣고 ‘두 번 생각하면 충분하다’라고 했다. 『논어』,「공야장」에 “季文子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思可矣.”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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