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시(絶命詩)-
늙어 죽지 않을 사람 몇이나 될 것인가
老而不死幾何人 늙어 죽지 않을 사람 몇이나 될 것인가
此世難容一介身 이 세상 이 한 몸은 살기가 어렵도다.
莫奪廉夫溝壑志 청렴한 사람 죽으려는 뜻 빼앗지 못할 것이니,
斷然無改我天眞 단연코 내 본모습 바꾸지 않으리라
김지수(金志洙), <絶命詩>
[평설]
김지수는 이학순(李學純)과 절친한 사이였다. 이학순이 일제가 은사금을 내리자 1910년 12월 7일 연산의 자택에서 음독해 자결하자, 김지수도 이때 이미 자결을 결심했다. 김지수에게 은사금이 내려진 것은 이학순의 순국 이후인 1910년 12월 12일이었다. 그는 은사금을 거절하여 일제가 체포하려 하자 1911년 4월 17일에 목을 매어 자결하였다.
송상도의 『기려수필』을 보면 그때의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 김지수는 절명시를 지은 후 문인 김문수(金文洙)에게 자신의 장례 절차에 대한 편지를 썼다. 본인이 죽거든 장례에 외국 물건을 쓰지 말고, 널과 수의는 우리 솔잎즙으로 물을 들이며, 검은 비단은 먹으로 물을 들이고, 붉은 비단도 솔잎즙으로 물을 들이라고 당부했다.
시의 내용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일체의 수식이나 고사 없이 죽으려는 뜻만을 적었다. 태어났으면 늙어서 죽게 마련이다. 지금 이 세상은 여유있게 나이 들어 죽을만한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때 어느 누구도 내가 죽으려는 뜻만은 빼앗을 수 없다. 나는 나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바꾸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뜨련다.
[작가 소개]
김지수(金志洙, 1845∼1911): 항일순국지사. 본관 광산(光山). 자 심일(心一). 충청남도 논산(論山) 출생. 1900년 중추원(中樞院) 참의(參議)에 임명되었으나 사퇴하였다. 1910년 일제에 의하여 국권이 피탈되자 일본이 주는 은사금을 거절하고 두문불출, 일본군의 위협과 유혹을 물리치며 지조를 지키다가 자결하였다. 1963년 대통령표창이 추서되었다. 문집으로 『심암유고(心巖遺稿)』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