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2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돌아가 조상들 어찌 볼 건가?


學何有志 배움은 어디에다 뜻을 두었던지

竟無所成 마침내 이룬 것이 있지 않도다.

禮何欲履 예는 무엇을 실천하려 하다가

而至滅生 죽음에 이르렀도다.

上負爾親 위로는 네 부모를 저버리었고,

下負爾身 아래로는 네 자신을 저버렸으니,

爾何顏面 네가 무슨 낯이 있어서,

歸見先人 돌아가 조상들을 보게 될건가?

김휴(金烋), <임종 때에 스스로 만시를 쓴다[臨終自輓]>




[평설]

김휴(金烋, 1597∼1638)는 우리나라 서지학(書誌學)의 기초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1639년 8월 23일에 이 시를 짓고 8월 24일에 세상을 떴으니 42살의 짧은 생이었다.「유계오사(遺戒五事)」에서는 분묘(墳墓), 사당(祠堂), 제사(祭祀), 지갈(誌碣), 유고(遺稿) 등에 대한 유언을 남겼고,「병중에 아들에게 써 주다[病中書贈雄兒]」에서는 아픈 와중에도 아들에 대한 당부를 적었다.

임종 때가 되고 보니 학문과 예법 모두 후회되지 않는 게 없다. 자신과 부모에게나 충실치 못한 삶이었으니 죽은 뒤에 조상들을 뵐 면목이 없는 게 당연하다. 통상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함과 속죄를, 앞서 세상을 뜬 사람에게는 재회의 면목이 없음을 토로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평생을 살아왔지만 죽을 때가 되니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만 남았다.


김휴 문집.jpg 김휴 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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