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8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생사를 하늘에다 맡기었도다


許國丹心在 나라에 몸 바치는 충심 간직하고서,

死生任彼蒼 생사를 하늘에다 맡기었도다.

孤臣今日慟 외로운 신하 오늘날의 서글픔은,

無面拜先王 선왕(여기서는 숙종)을 뵐 면목이 없어서이네.

이건명(李健命, 1663∼1722), <絶筆>




[평설]

숙종은 이건명과 종형 이이명(李頤命)에게 연잉군(延礽君: 뒤의 영조)의 보호를 당부했다. 경종 즉위 후이건명은 좌의정에 승진해 김창집(金昌集)·이이명·조태채(趙泰采)와 함께 노론의 영수로서 연잉군의 왕세자 책봉에 노력했으나, 이로 인해 반대파인 소론의 미움을 받았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1722년(경종 2) 노론이 모역한다는 목호룡(睦虎龍)의 고변으로 전라도 흥양(興陽)의 뱀섬[蛇島]에 위리안치 되었다가 참수당했다. 목호룡 고변사건으로 처형된 노론 사대신 중 유일하게 참형을 받았다. 그는 죽기 전에 두 아들에게 준 편지인「書示二子」를 남긴 바 있다.

마음 속에 간직한 충심이 있으니 살고 죽는 것은 하늘에다 맡길 뿐이다. 다만 연잉군을 보호해 달라는 숙종의 당부를 지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건명은 1722년에 세상을 떴고 연잉군은 1724년에 왕이 되었다. 이건명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이루어진 셈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일신의 안위는 살피지 않았다. 굳건한 신념으로 극복하는 죽음의 공포를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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