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17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나도 몰래 깊은 병이 저절로 낫게 되네


입추 되는 7월을 몹시도 기다렸는데

병 속에 보낸 하루 한 해가 지나는 듯.

저녁에 가을바람 잡생각 날려 주니

나도 몰래 깊은 병이 저절로 낫게 되네.

苦待立秋七月節 病中過日如過年

秋風一夕吹煩惱 不覺沈疴却自痊

윤원거(尹元擧), 「병중에 우연히 읊다 [임자년 7월 초에 병이 심해졌다. 절구 한 수를 지으니 이게 마지막으로 쓰는 글이다][病中偶吟 [壬子七月初病劇, 賦一絶, 乃絶筆也]]」



[평설]

그의 연보에는 죽음의 순간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떤 병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름에는 더치고 가을에는 잦아드는 병이었다. 고대하던 가을이 왔지만, 병은 치유되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삶에 대한 집착보다 병에서 해방되는 육신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구가 주를 이룬다.

죽음이 명료한 현실이 될 때 부정하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 삶에 대한 희구나 갈망에서 벗어나 담담히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로 들어간다. 절명의 순간에 보이는 이러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태도는 죽음의 가공할 만한 폭력을 무화시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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