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10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어리석음을 씻어내라


이상하다. 어리석음이 어리석음 됨이여! 자유분방한 재목은 시주(詩酒)에 어리석은 바가 되는 것이고, 청허(淸虛)한 무리는 불로(佛老)에 어리석은 바가 되는 것이다. 비둔(肥遯)은 강산에 하는 어리석음이고, 공명은 이익과 관록(官祿)에 하는 어리석음이며, 장사꾼은 시정(市井)에 하는 어리석음이고 호협(豪俠)은 음악과 여색에 하는 어리석음 등은 어리석음이 비록 다른 어리석음이기는 하나, 그 어리석은 것은 같은 것이다.

갓이 그 티끌을 덮어쓰게 되면 반드시 그 덮어쓴 것을 떨어내야 되고, 옷이 그 더러운 때를 덮어쓴 것은 반드시 그 덮어 쓴 것을 씻어야 된다. 한 마음이 어리석은 것은 사물에 어리석은 것이 되는 것이니, 복희씨가 지은 주역의 양몽(養蒙)에 귀가 어둡고, 장재(張載)의 『정몽(正蒙)』에 무지하였다. 본체에 밝은 것은 해와 달처럼 밝은 것이나 구름과 안개가 덮이게 되고, 힘찬 근원은 곧 못과 샘[淵泉]의 근원이나 진흙과 찌꺼기에 덮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공자와 맹자께서 어리석은 무리들을 일깨워 주는 까닭이니 만고의 떳떳한 인륜에 힘입어서 어리석지 않게 된다. 사람이 모두 어리석음을 일깨우면 누가 우매하다고 이를 것인가. 아! 장보(章甫)의 관을 쓰고 봉액(縫掖)의 옷을 입는 자들은 한갓 먼지와 때에 덮인 것을 떨어내고 씻어내지만, 도리어 이 마음의 우매함을 없애지 않으니 어리석음이여! 어리석음이여! 또한 어리석지 않겠는가.


异哉. 蒙之爲蒙. 放達之木, 爲詩酒所蒙, 淸虛之徒, 爲佛老所蒙, 肥遯爲江山之蒙, 功名爲利祿之蒙, 商賈爲市井之蒙, 豪俠爲聲色之蒙, 蒙雖異蒙, 同其所蒙. 冠蒙其塵, 必拂其蒙, 衣蒙其垢, 必洗其蒙. 一心之蒙, 爲物之蒙, 聾羲易之養蒙, 盲橫渠之正蒙. 本體之明卽日月之明, 而雲霧蒙焉. 活潑之源, 卽淵泉之源, 而泥滓蒙焉, 此孔孟所以啓其群蒙, 萬古彝倫, 賴而不蒙. 人皆發蒙, 孰云顓蒙. 嗟嗟乎, 冠章甫之冠, 衣縫掖之衣者, 徒拂洗其塵垢之蒙, 反不祛此心之昏蒙, 蒙哉蒙哉, 不亦蒙乎.

-심의(沈義, 1475~?), 「蒙箴 函丈諸生, 無一人有志於道學, 作箴戒之」




[평설]

어리석은 사람은 무언가에 푹 빠지기 쉬운데, 사람의 기질에 따라 빠지는 것이 다르다. 자유분방한 사람은 시주(詩酒)에 푹 빠지고,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은 석가나 노자에 푹 빠진다. 은둔은 강산에 푹 빠지는 것이고, 공명은 이익과 관록에 푹 빠지는 것이다. 이재(理財)에 밝은 장사치는 저자[市政]에 푹 빠지고, 의협심(義俠心) 강한 호협들은 음악과 여색에 푹 빠진다. 이것들은 모두 다른 것 같지만 무언가에 푹 빠져서 어리석게 된다는 데에는 다를 바 없다.

원래 해와 달처럼 본체에 밝고 못과 샘의 근원처럼 힘찬 근원이지만, 구름과 안개에 가리거나 진흙과 찌꺼기가 끼게 된다. 그러니 공자와 맹자를 배워서 어리석음을 벗어날 수 있다. 몸에 묻은 티끌이 더러운가. 마음에 묻은 티끌이 더러운가. 제목 옆에 선생이나 학생이나 한 사람도 도학에 뜻을 둔 사람이 없어서, 잠을 지어서 경계한다고 썼다. 선생인 자신을 자책하고 학생들을 각성시키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석]

1. 비둔(肥遯): 여유 있는 은둔이란 뜻이다. 『주역』둔괘(遯卦) 상구(上九)의 효사(爻辭)에 “여유 있는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肥遯旡不利]”라고 하였다.

2. 양몽(養蒙): 주역에 나오는 몽양(蒙養)을 가리키는 것 같다.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 속으로는 정도를 기름. 어린이를 교육하는 것. 『주역(周易)』, 「몽괘(蒙卦)」에 나온다.

3. 정몽(正蒙): 중국 송(宋)나라 때의 유학자 장재(張載:1020∼1077)의 저서.

4. 봉액(縫掖): 소매가 넓은 홑옷. 유학자의 옷. 유학자를 가리킴.


모네 아르장퇴유의 세느강.jpg 모네, 아르장퇴유의 세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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