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21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이번 길 나쁘다고만 하지 못하리


一生愁中過 일생을 수심 속에 지나 왔거니

明月看不足 밝은 달 바라봄은 부족했었네.

萬年長相對 만년토록 길이 길이 마주하거니

此行未爲惡 이번 길 나쁘다고만 하지 못하리

이양연(李亮淵, 1771 ~ 1853), 〈病革〉




[평설]

이 시는 생애 마지막에 읊은 절명시(絶命詩)이다. 산운은 원래 만시에 능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에는 어떤 만시를 썼을까? 일생을 수심 속에 사느라고 달도 마음껏 볼 겨를이 없었다. 이제 마지막 여행길을 떠나게 되니 그 좋아하던 달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같다. 죽어 묻히면 언제나 달을 볼 수 있을테니 그렇다면 죽음도 슬프지만은 않은 셈이다. 특히 4구는 죽음에 대한 산운의 달관한 경지와 입명(立命)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는 숱한 죽음을 목도하며, 허무감에 깊이 빠지기도 했건만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는 시사여귀(視死如歸)한 태도를 보여준다. 아마도 그는 달빛이 잘 보이는 언덕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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