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극한 직업 1 -노비 5-

죽을 때까지 물 긷고 불 때야 하리

by 박동욱

5. 노비 다스리는 법

집에 부친이 있다고 하는 것은 가장을 이르는 말이다. 누가 그 가장이 하는 일을 맡아서 내 한 몸을 받들어줄까. 밭갈이 하고 베 짜는 것을 묻는 것은 오직 남자종과 오직 여자종뿐이다. 노비들은 몸이 비록 비천하나 이들도 사람의 자식이라 후대하는 것이 마땅하니 어떻게 마구 부릴 수가 있겠는가. 김매고 길쌈을 해서 나를 배불리 먹여주고 따뜻하게 입혀주기 위해서 혹독한 추위를 꺼리지 않으며, 무더위를 피하지 않고 손이 터지고 등짝이 익도록 종종걸음으로 명령을 들으니 그 노고는 갚을 만하며, 그 공은 높이 쳐줄 만하다. 굶주린 것을 슬퍼하고 추운 것을 구휼해서 똑같이 옷을 입히고 먹게 하되, 은혜를 가지고 그들을 어루만져주면 노비들이 반드시 은덕을 감사하게 여기고, 바른 것으로 부리면 저들은 반드시 주인의 위엄을 두려워할 것이니, 누가 충성을 다하지 않을 것이며 누가 감히 거짓말을 하겠는가. 주인과 노비가 서로 믿음을 주어야 집안일이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어찌하여 지금 사람들은 그들의 실정을 알지 못해서 얼게 하고 또 굶주리게 하는가. 한갓 주인에게 정성을 다할 것을 책임 지워 그들을 수고롭고 고통스럽게 하여서 오직 주인의 명령에 따르기만을 구하니, 저 의리에 합치가 되는 자들은 어찌 병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 주인은 시시덕거리며 놀고, 어떤 주인은 총애하고 푹 빠져서 그 노비들이 의로움과 분수를 범하여도 일찍이 꾸짖지 않은 탓에 버릇없는 자식처럼 되면, 마침내 그들을 제지할 수 없게 되어 어떤 이는 원망하여 배반하고 어떤 이는 주인을 버리고 다른 데로 달아날 것이다. (그리하여) 밭이 황폐해지면 누가 호미로 매어줄 것이며, 베틀이 부서지면 누가 그것을 관리하겠는가. 굶주림과 추위에 몸이 시달리면서도 땔감을 져오고 밥 짓는 물을 길어오니, 모든 가문이 노비를 잘 먹여주고 입혀주는 것을 소홀히 여길 수 있겠는가. 은혜를 가지고 그들을 감싸주고, 엄격함을 가지고서 그들을 대해야 하니 오직 은혜와 엄함만이 노비를 다스리는 법도가 된다.

_한몽린(韓夢麟), 「어린 종을 다스리는 법(御僮僕)」



노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글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비를 다루기가 만만치 않았음을 반증한다. 무조건 가혹하게 부리는 방식을 지양하고, 기본적인 의식(衣食)은 꼭 베풀 것을 강조했으니 모든 불만이 싹트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충분히 입을 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면 고마운 마음으로 보다 능률적으로 일을 할 것이니 손해가 아니라 오히려 득이 됨을 설명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노비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무조건 의무만을 강조하여 문제가 파생된다는 말이다. 또 주인과 노비가 너무 허물없이 지내는 것도 원망과 도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람간의 거리는 멀 때보다 너무 가까울 때 오히려 위험한 법이다. 심리적 거리가 멀면 기대도 없지만 가까워졌을 때는 기대도 커져서 순식간에 사람 관계가 깨지게 된다. 노비를 다루는 방법으로 은혜와 엄격함을 재차 강조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며 다스려야 한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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