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12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가까운 사이라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친척끼리 나누는 정담이나 옛 친구와의 기쁜 모임에서는 술이 취해도 별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親戚情話, 故舊歡會. 曰無傷者, 是大錯也.

윤선거(尹宣擧, 1610 ~ 1669), 「濡首箴」



[평설]

친척들이나 옛 친구와의 술자리에서는 조금 흐트러지거나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술자리는 어느 사람과 함께 하든지 예외 없이 조심해야 한다. 가까운 사이라도 술자리의 실수가 용납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주사(酒邪)는 육신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다. 술을 먹고 광태(狂態)를 부렸다면 그것은 술에 의해서 없던 폭력성이 빙의(憑依)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근원적인 폭력성이 술을 통해서 무장해제 되면서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술은 정말로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남의 등짝에 업혀서 집에 돌아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 주사를 부렸던 사람은 술 마실 자격이 없다.


[어석]

유수(濡首): 목까지 빠진다는 뜻으로, 술에 취해 본성(本性)을 잃음을 일컫는 말.『역경(易經)』에 “술을 마셔 머리를 적시는 것은 또한 절제를 모르는 것이다.[飮酒濡首, 亦不知節也]”라고 했다.


Claude Monet, Haystacks in Giverny, Oil on canvas, 1893, Private Collection.jpg Claude Monet, Haystacks in Giverny, Oil on canvas, 1893, Privat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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