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흰 거위의 무덤
白鵝墳
나의 집은 서호(西湖) 옆에 있었는데,
문이 방학정(放鶴亭)을 마주하고 있었네.
집에서 한 마리 거위를 길렀으니
털빛이 하얗기가 은과 같았네.
새벽녘 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서,
종놈을 재촉해서 문정(門庭)을 쓸게 하였네.
갠 날에 꽥꽥 부르짖어서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 있다고 고했네.
때때로 의젓하게 가서는
호수의 물가를 배회하였네.
건들건들 대고 다시 뒤뚱대서
돌아오면 날 이미 저물었다네.
따뜻한 봄날 2∼3월에,
호수 위는 마침 청명하였네.
화려한 수레와 훌륭한 말들은,
빠르기가 번개처럼 놀랍기만 하네.
흰 거위가 문밖으로 나가니,
도로에서 남에게 양보하지 않았네.
수레 하나 빨리 달려 지나가니
거위의 몸이 바퀴에 치게 되었네.
피바다 속에 드러 누워서
붉은 피와 흰 날개가 어찌 그리 분명하던지.
길가는 사람 차마 보지 못하고
아이와 여자들은 눈물이 옷을 적셨네.
나는 시체를 거두어서,
갈산 북쪽에다 묻어 주었네.
봉분하고 나무 심어 짧은 빗돌 세워서
백아분(白鵝墳)이라고 썼네.
거위의 무덤과 학의 무덤은
영원히 비교되어 일컬어지리.
我家傍西湖,門對放鶴亭,
家養一匹鵝,毛色白如銀。
淩晨最先起,催僕掃門庭,
晴日鶃鶃叫,告我有來賓。
有時昂然去,徘徊湖之濱,
搖搖複擺擺,歸來日已曛。
陽春二三月,湖上正清明,
香車與寶馬,倏如流電驚。
白鵝出門去,行路不讓人,
一車疾馳過,鵝身當其輪。
倒臥血泊中,紅白何分明,
行人不忍睹,兒女淚滿襟。
我爲收其屍,卜葬葛山陰,
封樹立短碑,題曰白鵝墳。
鵝墳與鶴塚,千古相對稱。
(緣緣堂主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