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시(絶命詩)-
장부가 돌아갈 곳 알겠노라
나라가 패망한 지 이미 몇 년 되었는데,
실낱 목숨 여전하니 하늘에 부끄럽네.
장부가 돌아갈 곳 아는 듯 여기노니,
은(殷)나라엔 백이·숙제, 제(濟)나라엔 전횡(田橫) 있었네.
國家破亡已有年 尙存一縷愧蒼天
丈夫自比知歸所 殷有夷齊齊有田
최세윤(崔世允), <絶命詩>
[평설] 위 작품은 최세윤(崔世允, 1867~1916)의 절명시다. 1908년 정환직(鄭換直) 사망 후 의병장으로 추대되어 여러 곳에서 항전했다. 그러나 밀정의 밀고로 붙잡혀 대구 지방법원에서 1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단식투쟁 끝에 세상을 떴다. 아들 산두(山斗) 역시 옥중에서 순사했다. 패망한 나라에서 온전히 목숨을 붙이고 있는 것조차 욕이 되는 시절이 있었다. 자신이 지향하는 인물인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전횡(田橫)을 들어, 망국의 신하로서 절의를 지키다 죽을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