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마지막 한시 31

-절명시(絶命詩)-

by 박동욱

뒷 일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身亡心不變 죽는데도 마음은 변치 않으며.

義重死猶輕 의로움 무겁지만 죽음은 가볍네.

後事憑誰託 뒷 일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無言坐五更 말없이 새벽까지 앉아 있노라.

정환직(鄭煥直, 1843~1907), <절명시(絶命詩)>




[평설] 정환직(鄭煥直, 1843~1907)은 본관은 영일(迎日)이며, 초명은 치우(致右), 자는 좌겸(左兼), 호를 우석(愚石)이라 하였으나, 1900년 고종이 하사한 이름과 자호(字號)로 개명하여 이름을 환직(煥直), 자를 백온(伯溫), 호를 동암(東巖)이라 했다. 맏아들 정용기(鄭鏞基, 1862∼1907)가 1907년 군대 해산에 분개하여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가 전사하자 남은 의병을 모아 홍해·영덕 등지에서 여러 차례 큰 전과를 올렸으나, 동대산(東大山)에서 체포되어 영천에서 1907년 11월 16일에 총살당했다.

순국 절명시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임형시(臨刑詩)가 많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임형시를 남긴 사람은 권필(權韠), 김창집(金昌集), 성삼문(成三問), 조광조(趙光祖) 등에 불과하다. 반면 순국 절명시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임형시가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봉건시대와 근대의 사법제도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옥중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절명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 대신 자신의 소명(召命)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만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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