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출간될 조선의 부부 서문

by 박동욱

꽃다운 모습 누구 때문에 시들었을까

-조선의 부부-


[서문]

언젠가 내가 책을 쓰면서 부부란 한 방을 쓰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했다. 난 아직도 부부에 대해서 더 이상 좋은 말을 찾지 못했다. 부부는 한 방에서 행복과 불행의 파고를 함께 이겨 나가야 한다. 행복은 간혹 오는 선물처럼 오고 불행은 불청객처럼 부르지 않았는데 찾아온다. 행복이나 불행 그 어떤 것도 삶의 일부이며 외면하거나 선택할 수 없다. 행복할 때는 함께 하지만 불행할 때 등을 진다면 온전한 부부가 아니라 절반의 부부인 셈이다.

이혼률이 급증하면서 부부가 백년해로(百年偕老) 한다는 이야기도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이혼을 하지 않는다 해서 관성처럼 부부 관계를 유지할 뿐 진작에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부부란 이미 과거 완료된 사랑을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시켜야 한다. 서로의 일치감을 느꼈던 얼마되지 않은 밑천으로 평생을 아껴 사용하며 살아야 한다. 사랑에서 익숙함과 설렘은 늘 어려운 문제다. 모든 사랑은 상대에게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익숙하게 되기 마련이다. 설렘에 몸을 기대는 순간 늘 설레는 대상을 찾아 떠돌아야 한다. 난 지금도 익숙함이 설렘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설렘조차 언젠가 익숙함에 자리를 양보해야 할 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 옛날 부부는 어떻게 살았을까? 서로 연애도 하지 않고 부모의 뜻에 따라 배우자를 만났으니 부부가 알콩달콩하거나 티키타카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첫날 밤 처음으로 신랑과 신부가 얼굴을 보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익숙하게 들어왔다. 부부 간에 정도 없이 애나 함께 낳고 정서적 교감은 첩이나 그 외 외정(外情)으로 해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내는 남편이 첩을 얻어도 군소리하지 않고 넉넉한 부덕(婦德)을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옛날 글을 읽어보면 부부 간의 사랑이 지금 못지 않다. 그들은 오래도록 서로 사랑했으며 안쓰러워 했다. 서로에 대한 연민의 시각이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은 아닐까? 서로를 측은하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상대의 삶을 껴안지 못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전에 조선의 아버지를 다룬 책『그렇게 아버지 된다』도 역시 가족을 죽음으로 기억했는데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이란 결국 죽음으로 기억되는 존재다. 가족은 무엇도 할 수 있고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조선시대 13쌍의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 시아버지를 극진히 모시는 며느리의 일, 유배지까지 찾아가서 남편의 간호를 자처한 이야기며, 죽은 지 수십 년이 흘러도 아내를 잊지 못해 슬퍼하는 일, 고생만 하다 죽은 조강지처 이야기, 아내를 잃고 불면의 밤을 지새우거나 끊임없이 아내의 꿈을 꾸는 일, 남편의 외정에 섭섭함을 표현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남편이 가장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아내 사후에 자신이 출세한 경우였다. 다만 남편이 기록한 아내만 있지 아내가 기록한 남편은 없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부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쯤 생각할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내와는 2001년에 만나 2003년에 결혼을 해서 2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부부가 되어 우리 둘 사이에서 유안이가 태어났다. 아내는 예쁘고 착하며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게다가 살림도 흠잡을 데 없고 음식 솜씨도 뛰어나다. 여러모로 나같은 사람에게는 분에 넘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학문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내 덕분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지만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처럼, 난 아내에게 보잘 것 없는 삶의 성적표를 매번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동안 다음 시험에는 합당한 성적을 받겠다고 쓸 데 없는 희망 고문을 하지는 않았나 자책해 본다. 그러나 남은 삶에서 아내가 그간 내게 베풀어 주었던 사랑을 천천히 조금씩 갚겠다는 약속을 전한다. 이 책을 사랑하는 나의 아내 박혜경에게 바친다.


2021년 10월 16일

저자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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