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시(絶命詩)-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 가네
難復生此世上 다시는 태어나기 힘든 이 세상,
幸得爲男子身 다행스레 장부 몸 얻었지마는
無一事成功去 이룬 일 하나 없이 저 세상 가려하니
靑山嘲綠水嚬 푸른 산이 조롱하고 녹수가 비웃누나.
母葬未成 어머님의 장례는 못 마쳤고,
君讐未復 우리 임금 원수도 갚지 못했으며
國土未復 나라의 땅도 찾지 못하였으니
死何面目 그 무슨 면목으로 저승에 가나.
박상진(朴尙鎭), <절명시(絶命詩)>
[평설]
박상진(朴尙鎭, 1884~1921)은 본관이 밀양(密陽), 호는 고헌(固軒)이다. 1915년 대한광복회를 조직하고 총사령으로 취임하여 친일 부호 여러 명을 처단한다. 이 일로 인해 대한광복회의 조직이 탄로되어 1918년 봄 일경에 체포되었다. 이후 선생은 대구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4년 동안 옥고를 치르다가 대구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의병장 허위(許蔿, 1855∼1908)의 제자이며, 김좌진과 의형제(義兄弟)이기도 하다.
위의 시는 1921년 8월 11일 대구 감옥에서 사형당하기 하루 전과 사형 당일에 쓴 작품이다. 4언절구와 6언절구로 각각 죽음을 앞둔 절박한 심정을 격정적으로 써내려갔다. 어머님의 장례는 못 마쳤고, 나라를 잃은 임금의 복수도 하지 못했으며, 국권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항일(抗日) 투쟁을 계속하지 못하고 죽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