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를 증오하며 9 -에로틱 한시-

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by 박동욱

에로틱 한시


조선후기에 들어 여러 장르에서 성애(性愛)에 대한 묘사가 한층 과감해졌다. 그러나 한시는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지 않다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한시에도 성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시들에는 어떤 작품이 있었으며 어떻게 성을 다루고 있었을까?




바스락대며 낭군 옷을 입는데

닭은 목청 찢어져라 울어대누나.

떠날 때에 내 배를 문지르면서

“임신했는가?” 넌지시 물어보누나.

索索郎被衣 鷄鳴嗔不休

去時摩儂腹 暗問懷子不


바늘 갖고 손가락 잘못 찌른 뒤

바늘을 분지르고 문 기대섰네.

팔뚝까지 소매를 걷지 못하니,

함께 맹서하며 깨문 흔적 있어서이지.

捻針誤刺指 折針斜倚門

揎手不及腕 同盟有囓痕

-노긍(盧兢), 「子夜曲」


첫 번째 시에서 두 남녀는 밤새 격정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벽녘에 남자가 먼저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부부 사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자는 떠날 때 여자의 배를 어루만지며 혹시 애가 들어선 것은 아닌지 물어본다. 임신 여부를 묻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치 않다. 아이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이가 생겼을까 겁이 난 걸까? 아마도 후자였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시는 두 사람의 유별난 맹세 흔적을 다루고 있다.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며 바느질로 소일했지만, 정작 바느질에 집중이 안 되어 바늘에 손가락을 찔렸다. 여자는 바느질을 아예 접어 두고 문에 기대 야속한 남자를 기다린다. 서로 상대의 팔뚝을 이[齒]로 깨 물어서 쉽게 아물지 않는 자국을 내어 사랑의 증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 증표는 소매를 걷어 남에게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은밀한 약속이었다.




오늘은 추위가 몹시 매서워

원앙 이불이 얇아 쌀쌀하기에

밤새도록 당신과 안고 자다가

고개 돌려 당신에게 말을 하누나

“모르긴 해도 옆집 사는 아낙네,

혼자 자면 얼마나 추위에 떨까?” (11월)

今日寒政苦 鴛衾薄不暖

竟夜交郞抱 回首向郞道

不知東家婦 獨宿寒何許


오늘밤 촛불 켜지 않았더니만

낭군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고

향긋한 숨소리만 들었었다가

아침 되자 보고서 말을 하누나.

“어찌하여서 뺨에 바른 연지가

낭군 얼굴 한가득 묻었나요? (12월)

今夜不張燭 不見阿郞面

但聞香氣息 朝來對鏡看

如何臉邊朱 一半着郞面

이안중(李安中),「月節變曲 十二首」


이안중은 월령체(月令體)인 월절변곡(月節變曲)을 지었다. 여기서 신혼부부의 사랑이야기를 12편의 시로 썼다. 추운 날씨에 얇은 이불이지만 부부가 꼭 안고 자면 서로의 체온이 있어 견딜 만하다. 그런데 슬그머니 독숙공방(獨宿空房)하는 옆집 과부 걱정이 들었다. 실은 옆집 걱정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에 대한 과시였다. 그 다음 시는 노골적이다. 불을 끄고 상대의 숨결만 느끼면서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날 날이 밝아 확인해 보니 상대를 탐했던 사랑의 흔적이 상대 뺨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사랑의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지만,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울적함 감싸게 되자 조화부리는 아이 침입하여

[이때 나 또한 병이 났다.(時余亦病)]

힘없이 누워 밤마다 그대를 생각하네

처방약 분부하여 우선 진료하라 했지만

다시 내가 신비한 침 놓아주길 기다려주길

纏綿鬱結化兒侵 口+答臥推君夜夜心

分付刀圭先救療 更須要我下神鍼

윤제규(尹濟奎), 「혜사가 병이 들었다는 것을 듣고(聞史)」


『혜담집(蕙萏集)』은 윤제규(尹濟奎, 1810-1879)와 기녀 혜사(蕙史)가 주고받은 한시를 모아 엮은 시집이다. 두 사람은 어쩐 일인지 병을 함께 앓고 있었다. 위의 시에서 나오는 신비한 침[神鍼]은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여기에 혜사는 ‘한번 먹으면 온 몸이 좋아진다(一服令人好)'며 답을 했다. 남자는 자신의 성기가 여자에게 약이 될 것이라 농을 걸고, 여자는 남자의 성기에 몸이 좋아진다고 했다. 두 사람의 죽이 척척 잘 맞는다. 수위가 상당히 높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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