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로 보는 일상의 재발견 –자음과 모음 근간-
자장가는 아이를 잠재우기 위해 불러주는 노래다. 어느 나라든 전통적인 자장가는 있었다. 제일 유명한 자장가로는 브람스의 자장가, 모차르트의 자장가,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옹고집타령과 심청가에도 자장가가 나온다. 아기는 등에 센서가 있는지 눕히기만 하면 다시 깨곤 했다. 이럴 때 아기를 잠재우기 위해 들려주는 자장가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한시에서는 자장가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아가야 아가야 울지 말아라
살구꽃 울타리에 붉게 폈잖니
살구꽃이 피어서 열매 영글면
아가야 우리 함께 따 먹자꾸나”
抱兒兒莫啼 杏花開籬側
花開且結子 吾與爾共食
이양연(李亮淵), 「시골집(村家)」
이양연은 「시골집」이란 제목으로 두 편의 시를 남겼다. 이보다 앞선 작품을 보면 당시 정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촌 할미는 치마도 두르지 않고, 손주 안고 처마 밑에 쪼그려있네. 손주가 손주 애빌 기다리는 건 나무하고 가지고 올 산과일 때문.[村嫗懶不裳. 抱兒簷下坐. 爲兒待兒爺, 樵歸持山果]” 할머니는 치마도 걸치지 않고서 옷을 되는대로 대충 입었다. 영락없는 시골 할머니 꼴로 손주를 안고서 처마 아래 쭈그려 앉았다. 나무 하러간 애아버지는 돌아 올 때 산과일을 따오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아빠를 기다렸고 할머니는 아들을 기다렸다. 위의 시에서 할머니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자장가를 불러준다. 아이는 아빠가 언제 오느냐고 보채다가 당장 울음이 터져 버렸다. 이럴 때는 잘 달래서 재우는 것이 상책이다. 애아빠가 가져올 산과일 대신에 당장 눈에 띄는 살구꽃으로 아이의 눈을 돌렸다. 아이는 할머니의 자장가를 듣고 쉽게 잠이 들었을까?
[1]
자장자장 자장자장
도리도리 자장자장
검둥개도 잘도 자고
흰둥개도 잘도 자네.
네가 잠을 아니 자면
내 마음이 타들어가네.
우리 아가 자장자장.
眠眠眠 咄爾眠 烏狵眠 白狵眠
爾不眠 我心煎 我兒眠
[2]
자장자장 자장자장
도리도리 자장자장
오경도 지나갔고
또 삼경도 지나갔네.
네가 믿지 못한다면
시계소리 들어보렴
우리 아가 자장자장.
眠眠眠 咄爾眠 五更盡 又三更
爾不信 聞更聲 我兒眠
[3]
자장자장 자장자장
도리도리 자장자장
창밖에 와있는 건
그 무슨(호랑이) 물건이냐
내가 너를 속였다면
서쪽에서 해 뜨리라
우리 아가 자장자장.
眠眠眠 咄爾眠 窓外來 有何物
我詐爾 日西出 我兒眠
[4]
자장자장 자장자장
도리도리 자장자장
엽전 한 푼 있는 것이
절반이나 귀 떨어졌네.
대추랑 밤과 배를
내일 아침 사줄 테니
우리 아가 자장자장.
眠眠眠 咄爾眠 一文錢 半缺耳
棗栗梨 朝買市 我兒眠
[5]
자장자장 자장자장
도리도리 자장자장
너는 애미 없어졌고
나는 아내 없어졌네.
나를 보채 불러대며
한밤중에 울지마렴.
우리 아가 자장자장.
眠眠眠 咄爾眠 爾無母 我無妻
莫呼我 夜裡啼 我兒眠
심익운(沈翼雲),「세간의 자장가에 부연하여 지은 노래[演俗眠眠曲]」
위의 시는 심익운이 지은 5편의 자장가다. 한시에 자장가의 사설이 그대로 실려 있는 드물고도 귀한 자료여서 좀 길지만 전문을 소개한다. 심익운은 불행한 삶을 살았다. 1760년 아버지 심일진(沈一鎭)이 저지른 파양(罷養)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인 사망 선고를 받았다. 양부가 양자를 파양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양자가 양부의 파양을 청하는 경우는 유래를 찾기 힘들었다. 여기에 더쳐서 연이은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다. 1759년에 누이를, 1761년에 동생을, 1762년에 딸아이를 잃었다. 게다가 1766년에는 부인 남산 김씨(南山金氏, 1733∼1766)까지 세상을 떠났다. 가혹하게도 세상과 가정 모두에서 불운을 겪었다.
심익운에게는 2남 2녀가 있었다. 확인할 수 있는 자식으로는 아들은 심낙우(沈樂愚, 1763∼1817), 심낙문(沈樂文, 1774∼?)이고, 딸은 이종벽(李鍾璧), 남경중(南敬中)의 아내이다. 위의 시에 등장하는 아이는 이 중에 한 명이었다.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남편은 육아에 서툴렀다. 개들도 짖지 않고 다들 자는데 우리 아가가 잠도 지 않고 말똥말똥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 오경이 다 지나가니 밤을 꼬박 새운 셈이다. 호랑이로 겁을 주었다가 먹을 것으로 유인한다. 끝에서는 자신은 아내가 없고 아이는 엄마가 없으니 동변상련인 처지임을 앞세워 아이에게 읍소(泣訴)한다. 아버지는 아이를 재울 수 없어서 감정이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의 서글프고 구슬픈 자장가였다.